FMEA는 자동차 산업에서 빠질 수 없는 품질 도구이지만, 현장에서는 종종 예상치 못한 혼란이 발생합니다. 같은 용어를 두고도 서로 다른 의미로 이해하거나, 기록 기준이 불분명해 심사에서 지적을 받기도 합니다. 또 단순한 부품 기능 정의에 매달리다 분석의 본질을 놓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오해와 혼선은 프로젝트 지연이나 문서 신뢰성 문제로 이어지곤 합니다. 실제 현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사례#1
킥오프 미팅에서 고객사 품질 담당자가 말했습니다.
“이번 개발에서는 DFMEA 자료를 반드시 제출해 주셔야 합니다.”
회의실에 앉아 있던 부품사 엔지니어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회의록에 ‘DFMEA: 도면 기반 분석’이라고 적었습니다. 많은 시간을 들여 BOM의 부품 도면 단위로 세세히 분석한 결과물만을 제출했을 때, 고객사 품질 담당자의 돌아온 반응은 차가웠습니다.
“우리가 요구한 건 시스템에서 포함되는 부품까지 모두 포함한 분석인데, 수행한건 아주 구체적인 설계 사항만 고려되어 시스템 레벨에서의 고장 발현에 대한 검토가 부족합니다.”
FMEA 명칭과 분석 범위의 정확한 이해
FMEA를 진행하다 보면, FMEA의 분석범위나 대상에 따른 명칭을 정확하게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래는 FMEA Handbook들에서 구분하고 있는 명칭을 간단히 정리해 본 것입니다.
즉 위의 표를 보면, 기관(OEM)/분석 대상에 따라 확실히 명칭이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북미 자동차 업계: Design FMEA(DFMEA)
- 독일 및 유럽권: Product FMEA
실무에서는 Design FMEA를 기구 도면, 회로도, 부품 단위의 분석에만 한정하는 경우가 있으나, 이는 잘못된 해석입니다. 더 중요한 문제는 고객사와 공급사 간에 동일한 명칭을 사용하더라도 실제로 인식하는 분석 범위가 다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실무 적용 포인트
프로젝트 착수 시 반드시 고객과 분석 명칭 및 범위에 대한 합의를 확보해야 합니다. 초기 단계에서의 불명확성은 이후의 FMEA 결과와 품질 검증 프로세스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사례#2
개발 현황 점검 현장. 고객 품질 책임자가 FMEA 수행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질문을 던졌습니다.
“여기 기록된 이 Prevention Action은 다른 부분에는 고려되지 않은 사항인데, 실제 계획하여 실행하는 활동인가요? 아주 효과적인 활동으로 보이는데 왜 다른 곳에는 고려하지 않은 건가요?”
담당 엔지니어는 당황하며 대답했습니다.
“아, 그건… 현재 새롭게 계획 중인 활동인데… 곧… 진행할 예정이라서요.”
고객 품질 책임자가 말했습니다.
“계획 중인 걸 Current Control로 적으셨다고요? 현재까지 수행한 모든 활동 수행 결과에 대한 근거를 제출해 주셔야 할 것 같네요. 아울러 앞으로 수행할 모든 활동들의 담당자와 마감일, 작성할 산출물 내역을 정리하여 제출해 주셨으면 합니다.”
팀은 이후에 예상치 못한 문서 작업과 실제 계획 및 수행하지 않고 Current Control로 작성한 활동에 대한 근거를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 고객 신뢰 상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추가적인 활동과 노력을 해야 했습니다.
Current Design Control의 올바른 적용
AIAG-VDA FMEA Handbook에서 제시하는 Current Design Control은 다음과 같이 정의됩니다.
- Prevention Controls: 잠재적 고장 원인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이미 수행 중(existing)이거나 프로젝트 계획에 명확히 반영(planned)된 활동
- Detection Controls: 설계 단계에서 발생 가능한 문제를 양산 이전 단계에서 검출할 수 있는 활동
아직 실행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거나 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활동은 Current Control이 아닌 Recommended Action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실무 적용 포인트
Current Control에는 사실적으로 입증 가능한 활동만 기록해야 하며, Detection Control은 반드시 양산 전 검출 가능성을 기준으로 정의해야 합니다. 이는 고객 심사에서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사례#3
FMEA 작업으로 야근하던 신입 엔지니어의 모니터 화면에는 빼곡한 문장이 적혀 있었습니다.
“100Ω 저항의 기능은 전류를 제한하여…”
“M8 볼트의 기능은 두 부품을 체결하여…”
단순한 부품의 기능을 억지로 문장으로 풀어내느라 시간은 계속 흘러갔지만, 작성한 설명은 어딘가 애매하고 반복적이었습니다. 옆자리 선임이 지나가다 화면을 보더니 웃었습니다.
“이런 건 아무리 써도 명확해지지 않아. 괜히 시간만 잡아먹지.”
신입은 순간 손이 멈췄습니다. 애써 정리한 수십 줄의 텍스트가 사실 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허탈감이 밀려왔습니다.
Function 정의: 속성 중심 접근의 필요성
FMEA 작성 과정에서 단순 부품의 기능 정의는 실무자가 자주 겪는 난제입니다. 예를 들어, 100Ω 저항이나 일반 체결용 볼트의 기능을 문장으로 설명하는 것은 비효율적입니다.
실무 적용 포인트
범용 부품은 기능(Function)보다는 속성(Attribute) 중심으로 정의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 예시:
- 100Ω, ±1%, Metal film resistor
- M8x1, 16mm, A2-70(KS 304) 볼트
이 접근법은 불필요한 기능 정의 작업을 줄이고, 오히려 고장 분석의 효율성을 높여줍니다.
결론
자동차 산업에서의 FMEA는 단순 문서화가 아니라 품질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도구입니다.
- 명칭과 범위의 명확한 합의
- Current Control의 엄격한 적용
- Function 정의의 속성 중심 접근
이 세 가지 원칙을 준수한다면, FMEA는 형식적 절차를 넘어 실질적인 품질 경쟁력 강화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